"투명성과 상생체제 도입…‘담합ㆍ부실’ 등 오명 씻어야 한다"

주승용 국토해양위원장 인터뷰

화순클릭 570yong@paran.com
2013년 01월 08일(화) 10:57

새 정부 출범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이념보다 현실을 선택했다. 새 정부는 그 짐을 안고 있다. 거기에는 건설산업의 위기를 해결할 해법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얹혀 있다.

그동안 건설인들이 겪은 아픔은 너무 아리고 너무 길었다. 이미 100대 건설사 중 21개 건설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이로 인해 건설사뿐 아니라 자재·장비업체 등 후방 연관산업 근로자들의일자리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새 정부는 민생정책의 일환으로 침체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축은 국회가 담당하고 있다. 정책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제도로반영되지 못하면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제도를 담당하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여야를 떠나 ‘성장과 복지’, ‘복지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새 정부와의 파트너십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주승용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만나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한 방향을 들었다.

대선 이후 정치권의 시계는 더 빨리 움직이는 듯하다. 국토해양위원장으로서 두 번째 해를 맞는 마음도 다르리라 생각된다.



지난 한 해 건설경기 침체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건설인의 수고와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하지만 오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침체된 건설 경기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으로도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건설산업이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제시와 정책 방향을 모색해 산업 발전을 위해 온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앞서 건설업계는 투명성과 상생체제 도입 등을 통해 ‘담합·부실’ 등의 오명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계사년은 윤회와 영생,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건설인이 힘을 모아준다면 계사년의 의미와 같이 우리 건설산업이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 문제는 서민에게 고통이 되는 주요 요인이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하우스푸어’, ‘전세대란’ 그리고 ‘가계부채 급증’ 등 우리 주거환경과 정부의 주거정책이 흔들리고 있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집 있는 사람은 집값이 내려가서 고통받고, 집 없는 사람은 전셋값이 올라서 고통받는 등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국민에게 ‘짐’이 되고 있다. 그래서 주거복지가 주거정책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자 우리나라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대안이 돼야 한다. 과거에는 주거 문제를 단순히 부동산 정책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복지와 인권 차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는 국민의 주거 안정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거복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 확충,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민간임대 활성화, 주택바우처 도입, 도시재생과 사각지대 주거지원을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과 예산확보를 위해 더 뛸 계획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와의 의견교환 및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건설산업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문제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SOC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복지와 SOC의 조화를 위한 방안은.

SOC 투자는 일자리 창출,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낙후지역 개발 등 국민복지 개선에 기여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근로자, 하도급사 등 시장 약자에 대한 권익보호, 서민과 저소득층 중심의 주거정책,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 전략 등 뚜렷한 정책목표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처럼 SOC에 대한 과잉·중복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와 복지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시장 확대 논리로 활용돼선 안 된다. 우선 SOC 투자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거안정을 통한 주거복지 실현은 공공임대주택의 확충과 중소형 주택공급을 위한 재원투자 등 SOC 투자를 통해 서민의 주거안정,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민의 복지와 건설산업의 발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아 국민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경험을 살려 국토해양 분야의 정책에서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복지’ 문제를 고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가경쟁력을 고려한다면 SOC 예산 확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견해가 많은데.

지금 공공부문에 있어서 복지예산이 계속 늘어나는 대신 감액되는 예산이 SOC 예산이다. 하지만 복지예산 증액에 맞춰 SOC사업 예산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건설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공사마저 이렇게 줄여버리면 내수경기와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SOC 예산은 사회복지를 간접적으로 실현하는 만큼 복지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복지를 위해 SOC 예산을 줄인다면 정말 낙후된 지역은 더욱더 낙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철도와 도로 등 교통도 ‘복지’와 다름없다. (지역구인) 여수도 서울에서 철도나 버스를 이용해 5시간 이상씩 걸렸지만, 여수세계박람회(EXPO) 개최를 계기로 KTX가 개통되면서 이동시간이 3시간대로 단축됐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과 주택도 ‘주거복지’와 다름없다.

SOC와 복지와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한다면.

최근 일부에서는 복지수요 증가에 따라 SOC 예산을 복지분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과 복지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주택과 교통시설을 제공하는 것부터 재해로부터 안전한 국토를 만드는 것 모든 게 중요한 복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 사업으로 손꼽히는 4대강 사업은 환경재앙은 물론 입찰담합으로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건설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전시·낭비성 사업예산을 줄이고 소외되고 낙후된 곳에 먼저 SOC 예산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앞으로의 기대효과, 즉 국민 생활과 지역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재무성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향후 이와 같은 관점이 SOC 예산 집행과 투자결정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건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제도가 있다면.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공공공사 물량감소로 과당경쟁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집행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기술개발을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운영과정에서 도입 취지와 달리 덤핑입찰이 극심해지고 결과적으로 부실시공과 협력관계 악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낮은 가격만으로 낙찰되다 보니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부실공사를 양산하는 문제만 낳고 있다. 심지어 기술경쟁을 유도해야 할 턴키공사도 가격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제 식구끼리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자 등 약자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4년부터 현행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적용 대상을) 확대 추진하려고 한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입찰방식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 외에도 기술력, 시공계획, 계약이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거래 관행 등에 대한 해결책도 보완해 나가겠다.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다. 국회 차원의 지원책이 있다면.

건설산업의 출혈 경쟁 문제는 ‘동반성장’ 흐름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요 과제에는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장비업자·건설근로자 등 건설산업 참여자의 공생발전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있다. 앞서 말한 건설업체의 출혈경쟁을 초래하는 최저가낙찰제의 무분별한 확대 방지는 건설산업 ‘동반성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과 중소건설업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뿐 아니라 서민경제 지원에도 더 신경을 쓰겠다. 초대형 국책사업보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지역단위 중소규모 사업을 우선 발주하고, 지역개발사업에 지역업체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 지방공기업 등 발주기관의 공사비 부당 삭감 관행 개선을 통한 적정공사비도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선을 거치면서 상당한 지역발전 공약이 쏟아졌다. 공약 남발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발전 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 운용 방향에 대한 소신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국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SOC 사업은 시급히 확충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치밀한 수요조사도 없이 지역민의 환심을 사려는 대규모 개발 공약은 남발돼선 안 된다. 앞으로 국토해양위원회는 무분별한 낭비성 개발을 지양하고 효과적이며, 내실 있는 국토개발법을 찾을 것이다. SOC 예산이 특정지역과 특정분야에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예산이 반드시 쓰일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해외건설에 대한 시장 확대 과제도 있다. 우리 기업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 지원 계획이 있다면.

최근 5년간 국내건설은 국민총소득 중 비중이 8.5%에서 7.4%로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건설은 매년 540억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올리면서 국민총소득 대비 수주액 비중이 1.9%에서 3.1%로 늘어나 국내건설의 부진을 보완하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은 현재 고유가로 인한 중동 국가들의 발주 확대와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인프라 확충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을 위해 고위급 수주 지원단 파견 등 지원활동을 강화하고,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과 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건설의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해외건설의 지속적 발전은 건설산업과 국민경제 안정에도 필수적 사항이라고 본다.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나 예산확보 등 많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

계사년을 맞은 건설인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건설산업은 지난 60년간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토대를 구축하고, 견인해왔다.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 위에 기적과도 같은 오늘의 성장을 이룬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며, 중추적 산업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정부재정 여력 한계 등에 따른 투자 감소, 국민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주택·부동산시장 침체,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률 감소 등은 글로벌 경제위기 외부요인과 더불어 건설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고 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되고, 또 남보다 더 앞서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토해양위는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생발전, SOC 예산 확대, 해외건설 진출 강화 등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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