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거리 만들면 뭐하나...관리도 못하면서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
2020년 05월 27일(수) 09:17 |
자치샘 인근에 조성된 ‘명품 장미의 거리’ 장미 주변은 온갖 생활쓰레기 등이 가득해 ‘명품’이라는 단어 사용을 부끄럽게 한다.
화순읍에는 화순제일중학교, 화순전남대병원, 자치샘 인근 등 3곳에 ‘명품 장미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화순제일중과 화순전남대병원 장미의 거리는 2014년 화순군 대표축제였던 힐링푸드페스티벌을 앞두고 화순군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장미꽃을 보여주겠다’며 조성했다.
해당 지역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밀집돼 있어 운동이나 산책 등을 목적으로 한 주민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다.
특히 화순전남대병원 장미의 거리는 화순읍에서도 인구가 밀집돼 있는 광덕지구를 감싸고 있는데다 장흥, 보성 방면으로 향하는 국도 22호선과 연결돼 있어 보행자는 물론 차량들의 통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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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품 장미의 거리’는 이름을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화순 곳곳 아파트나 주택 담장 등에 심겨진 장미들이 제철을 맞아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있는 반면 이곳 장미들은 꽃잎을 바닥에 떨군 채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몸을 다른 물체나 식물에 기대지 않고 자립으로 3m가량 설 수 있다는 관목형 장미를 심었지만 1m이상 자란 장미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 없어 보이지만 지지대 하나 없다.
7m까지 자라 아름다운 넝쿨을 이룬다는 넝쿨형 장미도 심었다지만 장미넝쿨은 찾아보기 어렵다. 포토존이라며 만들어놓은 아치형틀 주변에 간간이 넝쿨이 보일 뿐이다.
2018년 만들어진 자치샘 인근 장미의 거리는 수십여개의 화분에 장미를 심어 도로변에 세워두면서 ‘이름만 붙이면 명품’이냐는 비아냥을 받았던 곳이다.
곳곳에 입간판이 세워져 ‘명품 장미의 거리’임을 알리고 있지만 ‘명품’이라는 단어 사용이 오히려 부끄럽다.
음식물쓰레기통에 가려진 ‘명품’ 입간판, 화분을 지지대 삼아 쌓여진 각종 생활쓰레기 등은 화순군이 생각하는 ‘명품’의 수준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할까 걱정스럽다.
명품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든 이가 ‘명품’이라고 주장한다고 명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오랫동안 세심한 관리가 이뤄질 때 다른 이들에 의해 명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얼마 전, 혹시나 누가 가져갈까 싶은지 장미묘목 하단에 쇠로된 와이어를 채우고 화순군민들을 예비적 명품도둑 취급했던 화순군이 명품 장미의 거리를 어떻게 가꿔 나갈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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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