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정비지원 고사정은 되고 천봉암은 안된다?

군의회 총무위, 향토문화유산 주변정비 천봉암 2억 삭감·고사정 5천 승인
고사정, 해체보수 중 원형훼손..."문화재 가치없다" 도지정문화재 지위 박탈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2020년 09월 24일(목) 09:29
향토문화유산 주변정비사업비 지원에 대해 화순군의회가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면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향토문화유산 제73호 천봉암 현왕도 주변정비사업비 2억원은 삭감하면서도 40호인 고사정 주변정비사업비 5천만원은 승인하면서 불편한 시선과 함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화순군의회 총무위원회는 23일 화순향토문화유산 제73호 천봉암 현왕도 주변정비사업비 2억원을 삭감했다. 향토문화유산에 대한 직접적인 보존관리가 아닌 주변정비사업비 지원은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주변정비사업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화’나 ‘불탑’ 등의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문화재주변정비라는 이름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요사채나 공양간, 주차장 등을 지으며 규모를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군의회의 예산 승인 과정에서 부적정하다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재는 국비와 도비 등이 함께 지원되면서 ‘군비 매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집행부의 논리에 밀려 예산 승인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화순군향토문화유산은 공식적으로 화순군에서만 문화재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에 국비나 도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향토문화유산과 관련 화순군은 이번 제3회 추경안에 사평면 천봉암 배수로 정비와 석축 보수 등을 위한 현왕도 주변정비사업비 2억원, 화순읍 고사정 유물전시관 진입로 포장 등 고사정 주변정비사업비 5천만원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하성동 의원은 “향토문화유산에 대한 직접지원이 아니고 주변 정비에 막연하게 예산을 편성해도 되는가 의문이다”며 “순수 군비로 지원되는데다, 관내 산재한 다른 향토문화유산도 다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무위 계수조정과정에서 천봉암 현왕도 주변정비사업비는 삭감되고 고사정 주변정비사업비는 승인됐다.

화순군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사정은 전라남도문화재로 승격했다가 ‘원형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문화재 자격을 박탈당했다. 주변정비사업비로 지원됐던 3억여원도 환수됐다. 이로 인해 향토문화유산 지위도 해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유물전시관은 전라남도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화순군에서 고사정 소유자인 최씨문중이 소유하고 있는 유물을 전시하겠다며 2017년에 지었다. 그러나 전시관이 개방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보관된 향토문화유산이나 문화재도 없다.

천봉암 현왕도 주변정비사업비는 삭감하면서도 문화재 자격을 박탈당한 고사정 주변정비사업비는 지원해도 좋다는 화순군의회의 이중적 잣대에 불편한 시선이 쏠린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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