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해외 신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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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해외 신리포트

SNS 유저 절반 “심한 고독 느낀다”



몇 년 새 급성장한 스마트폰 시장. 전 세계 사용자 수가 1억 4000만 명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만 해도 15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대중화 추세와 함께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 3월 행안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중독률도 8.4%에 이른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영미권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스마트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단순히 집중력 저하에 머무르지 않고 수면장애 및 불안장애, 우울증, 뇌의 피로와 두뇌활동 저해에 이른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50대 중반 중소기업 사장 A 씨. 1년 전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이제 회사는 물론 집에서도 스마트폰을 한시도 놓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 때도 서핑을 하다가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잔다.

A 씨가 특히 신경을 쓰며 들여다보는 것은 다이어트 어플. 당뇨병 초기라 체중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식사 후 즉시 다이어트 어플에 먹은 것을 낱낱이 기록한다. 칼로리 계산을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과자 한 개를 집어먹어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어쩌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회사로 나오는 날에는 음식섭취를 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 한다.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잘 쓰는 ‘세련된 사장님’으로 인식되던 그는 이제 왠지 불안정한 사람으로 비치게 됐다. A 씨는 스마트폰 중독의 전형적 증상인 불안장애를 보이는 사례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초조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건강 유지를 위해 스마트폰을 쓰지만 본말이 전도된 꼴이다.

스마트폰을 쓰다가 잠에 들면 수면장애를 겪기 쉽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뇌가 강한 자극을 받아 편안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가 흥분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멜라토닌 양이 억제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하버드대학 의학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과식을 하는 경우도 잦다. 수면장애가 계속되면 당뇨를 포함해 비만과 지질대사이상 등 대사증후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 하루에 얼마나 스마트폰을 쓰면 중독이라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스마트폰 중독을 진단하는 국제적인 표준이나 진단지수는 없는 실정이라 자각증상을 척도로 삼는 게 보통이다.

스마트폰 중독을 판단하려면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 아는 게 중요하다. 심신이 긴장되고 금단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상당 정도 심리적 의존이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헬싱키 대학 정보기술 연구소가 20~3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증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30초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쳐다 본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때 하루에 34회 정도 본다면 스마트폰 중독일 확률이 높다.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 ‘쿼터리즘(Quarterism)’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한 시간의 4분의 1)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멀티태스킹의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한 가지 작업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하는 성향을 보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난 후로 일을 할 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을 넘기지 못한다면 한 번쯤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구(Ofcom)에 의하면 중독자들은 일반인보다 통화도 문자도 훨씬 빈번하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사용빈도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외로움을 잘 느낀다.

호주의 한 지역의료기관이 18~34세 이상 스마트폰 SNS 이용자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심리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과 연락하기 위해 SNS를 자주 활용한다고 대답한 사람 중 54%가 “고독을 깊이 느낀다”고 답했다. 즉 사람들과 쉽게 연락할 수 있게 하고,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어주는 SNS가 역기능을 하는 것이다.

행동심리학자 카트리나 모르슨 박사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장시간 이용하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인관계에서 SNS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 소통할 기회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공감능력도 자연스레 떨어지고, 심할 때는 만성 사회적 고립 상태가 되기도 한다.


카트리나 박사에 따르면,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동떨어져 만성적으로 고독을 느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암이나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외로움에 지친 이들은 ‘코티솔(Cortisol)’이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코티솔이 많아지면 면역세포 내 유전자가 변형되고 염증을 억제하는 등 신체의 전반적인 회복 능력이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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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으로 인간의 뇌가 변하고 있다는 충격적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정보학과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빠른 정보 검색이 가능해진 요즘에는 여러 일에 팝콘을 튀길 때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정작 타인의 감정과 현실에서는 무감각해져버린 뇌, 소위 ‘팝콘 뇌’를 가진 이들이 늘었단 내용이다.

그런가하면 올 1월 중국과학원이 인터넷 중독에 빠진 청소년 16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한 결과 이들은 대뇌피질 회백질이 손상돼 줄었다고 한다. 회백질은 뇌의 생각중추로 인간의 학습 기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더구나 손상된 부분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중독환자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판단력이나 감정 통제력이 저하됐음을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다.

인지신경과학자 메리안 울프 박사는 “스마트폰 중독의 경우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정보에 대해 시간을 많이 써서 생각하거나 고심하는 습관이 없어져 뇌의 생각회로가 발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화면 터치 조작으로 인한 접촉성 세균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번호 버튼 부분이 세균 온상이 되기 쉬운 기존의 일반 휴대폰보다는 스마트폰이 세균이 덜하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마트폰을 화장실에 갖고 들어가는 습관을 가진 이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액정을 터치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함께 스마트폰을 이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을 자주 비누로 깨끗하게 씻는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실상은 터치하는 손가락 부분은 대충 씻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대책도 없으므로 위생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자주 수용성 알코올로 닦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일요신문 제공 570yo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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