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쓰나미가 농어촌 지역의 교육을 파탄 낼 기세이다. 지난 5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6월 14일 취소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의 최소 규모 기준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즉, 초등학교는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학교는 6학급, 고등학교는 9학급을 최소 규모 학급으로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정할 때에는 최소 20명 이상이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였다.
만약에 이 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실제로 시행된다면, 소규모 학교가 많은 우리 전남의 경우 약 57.5%의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읍지역과 시 지역 중심부의 초․중․고만 제외하고 면지역, 도서․벽지지역, 시 지역 변두리 농어촌학교는 모두가 사라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화순 지역의 경우에도 초등학교는 16개 학교 중 11개(78%)가, 중학교는 10개 학교 중 7개교(70%)가, 고등학교는 4개 학교 중 1개교(25%)가 폐교되어야 한다.
교과부가 교육청 및 교원노조, 여론의 빗발치는 항의에 당황하여 그것을 취소하면서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강행했더라면 지역 사회에 큰 소동이 일 뻔 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백기 투항’을 하지 않고 “교육감이 관련 규정을 정하게 하고, 통폐합을 하는 학교에 대해 초등학교에는 30억, 중·고등학교에는 100억을 지원한다.”고 ‘금전적 유혹’을 하면서 ‘작은 학교 통폐합’의 꿈을 접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제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덮어둘 일이 아니라 군민들이 모두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과부는 “ ‘학교 급별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의 기준을 제시하여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을 촉진하여 교육의 질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진정한 의도는 교육을 철저히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소규모 학교 철폐’를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교육 예산’을 줄이려는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작년 초에 발간되었으나 그간 쭉 은폐되다 지난 6월 19일에야 공개된 교육개발원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정책 목표였던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데(비용 대비 수익 : 1.1),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농어촌 인구를 유출시켰고, 죄없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복지 만 크게 약화시켰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고 한다. 통학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늦게 까지 공부를 할 수 없으며 아침에 잠을 충분히 잘 수가 없고,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우며, 교통 사고의 위험도 염려해야 하고, 악천후로 통학 차량 결행 시에는 결석․지각을 할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부의 입법 논리에는 모순이 많다.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을 촉진한다.”고 하면서 ‘장터 학교’가 되어 ‘질서 유지’의 비용이 너무 커져버린 도시 지역의 비효율적인 ‘거대 학교’의 규모 제한에 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아직도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평균(2008년 기준, 초등학교 21.5명, 중학교 24.0명)에 한참 못 미치는(10명 이상 더 많음) ‘콩나물 교실’의 현실(초등학교 31.6명, 중학교 35.8명) 속에서 하한선만 20명 이상으로 정하고 상한선은 정하지도 않는 우를 범했다.
국가의 경제력만 허용된다면 ‘학급당 학생 수’는 적을수록 바람직한 것이므로 하한선을 정하기보다는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더구나 지역과 학교의 다양한 여건을 무시한 채 하한선을 ‘획일화’시킨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정부는 더 이상 ‘교육’에 ‘경제 논리’ 만을 들이대지 말고 교육의 ‘사회적․문화적․복지적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롤스 교수가 주장했던 ‘약자 우선 배려’의 시각을 정립하여 기왕의 ‘수도권(도시) 집중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떠나는 농촌’을 ‘돌아오는 농촌’으로, ‘노인들의 한숨만 깊어가는 농촌’이 아니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농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가 바로 ‘농어촌 교육’을 살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소규모 학교 정책’을 ‘무조건적인 통폐합 추진’에서 ‘활성화 지원’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에게 ‘농산어촌 지원 특별 교육예산’을 배정하고 ‘대입 농어촌특별전형’ 정원을 5%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농산어촌교육발전특별법’을 제정하도록 끊임없이 촉구해야 한다.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 박세철: 010-8781-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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