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 빚 바랜 사진 속 주인공들!
화순군(군수 전완준)이 70년대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화순탄광 석탄 선별 작업장 여성 근로자들 3명의 소재를 파악했다.
지난 6월 22일 “빚바랜 사진 속 주인공을 찾습니다”며 전국에 흑백사진 한 장을 띠우자 화순군청엔 수 많은 제보가 들어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가족들이나 친지 등 사진 속 주인공을 안다는 제보가 쏟아져 확인과정을 거쳐 직접 주인공들을 만나는데 성공한 것.
빚 바랜 사진 속에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3명.
이들은 당시 선별장에서 작업하면서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일했으나 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머리위로 올리고 ‘찰칵’ 포즈를 취했다고 기억했다.
먼저 사진 속 맨 왼쪽의 여성은 조순덕(57)씨, 두 번째 근로자는 얼굴이 가려져 확인할 수 없었으며 세 번째가 최병님(72)씨, 그리고 네 번째가 박금례(62)씨로 확인됐다.
조씨는 광업소 퇴직 후 남편 사업관계로 포항으로 이사, 현재 이곳 가게에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 고향에는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니가 살고 있어 명절 때 가끔 찾아온다고.
최씨와 박씨는 모두 화순읍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광업소에 다니며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산업역군으로 지역발전에 공헌했었다”며 “몇몇 동료들이 진폐증을 앓으며 힘든 말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에 메어진다”고 진한 동료의식을 보여주기도.
당시 화순 탄광에서 채광 작업은 남성들이 도맡았고, 선별 작업은 여성 근로자들의 몫으로 움직이는 벨트를 앞에 두고 돌을 가려내는 일이다.
여성 선별반원들은 한 조에 12명 정도로 3교대 근무를 했다고 한다. 광업소 부근 공동주택에 거주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화순읍 등지에서 통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했다고 한다.
자녀들의 학자금을 대학까지 지원해줬기 때문에 “자식들 교육문제는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이들은 “힘든 작업이었지만 당시 보수나 복지 여건이 비교적 괜찮아 광업소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확인된 세 분 모두 특별한 연고를 배경으로 광업소에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시어머니 장옥순(82)씨가 퇴직하면서 대물림을 했고, 박 할머니는 남편이 채광반원으로 근무하다 갱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었다. 간호사 출신인 최 할머니도 아는 직원의 배려로 보수가 많은 광업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순군청 관계자는 “비상한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이들의 소재가 파악됨에 따라 조만간 군청으로 초청, 광업소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격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순클릭 570yo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