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아이스하키 감독과 숨진 학부모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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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아이스하키 감독과 숨진 학부모 대체 무슨 일이…

다른 학부모들도 “돈 요구 받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교 체육부 입시비리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아이스하키다. 지난 4월 아이스하키 주니어 대표팀을 이끈 바 있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의 아이스하키팀 신 아무개 감독(45)이 주니어 대표 발탁을 대가로 학부모에게 2000만 원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학부모는 신 감독에게 돈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아들이 대표팀 선발에 탈락하자, 학부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부모를 자살로 몰고 간 고교 아이스하키 금품 비리 사건 논란을 들여다봤다.

지난 8월 김 아무개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신의 집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보낸 ‘미안하다. 먼저 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전부였다. 경찰 조사결과 타살 혐의점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가족들은 김 씨가 평소 사업 문제로 고민해온 것을 미뤄 짐작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김 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은 몇 개의 녹취 음성 파일을 발견했다. 녹취 속 등장하는 목소리는 김 씨의 아들이 아이스하키 선수로 뛰는 A 고등학교의 신 아무개 감독(45)이었다. 지난 7월 녹음된 것으로 보이는 음성 파일에서 신 감독은 김 씨에게 자신에게 아이스하키 주니어 대표팀(18세 이하) 선수 선발 권한이 있다며 무조건 김 씨의 아들을 주니어 대표로 뽑아주겠다고 걱정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씨에게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 감독은 김 씨에게 “2000만 원만 부탁한다. 10월 말쯤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했다.

또 다른 녹취에서 김 씨가 송금으로 해줄까라는 질문에 신 감독은 “송금은 안 된다. 반드시 현금으로 달라. 해주면 어쨌든 다시 시합 날쯤에 돌려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김 씨는 신 감독의 2000만 원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김 씨의 아들은 주니어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했다.

이에 김 씨의 유족들은 김 씨의 죽음이 신 감독의 금품요구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아들의 주니어 대표팀 탈락이 자신이 신 감독에게 2000만 원을 건네지 않아서라는 정신적 부담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의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대표팀 발탁을 조건으로 신 감독에게 돈 요구를 받았다는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신 감독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4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부회장과 이사진으로 구성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번 문제에 대해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이번 문제를 제보한 분들이나 신 감독을 불러 경위 조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후의 일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 감독은 문제가 불거진 지난 24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A 고등학교 감독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신 감독은 일체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 감독이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 감독이 긴급 이사회가 열린 후 지난 26일 협회 이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 감독은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전세금을 빌려달라고 한 것뿐이었다. 그 후 바로 전세금에 필요한 돈을 구해 김 씨에게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돈 요구를 받았다는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신 감독을 고소하거나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니어 대표 선발 ‘연맹’이 주도

“신 감독 애초부터 뽑을 권한 없었다”

A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의 신 아무개 감독은 주니어 대표팀 발탁을 대가로 학부모에게 2000만 원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는 그럼에도 녹취 내용처럼 자신에게 있지도 않은 대표팀 선발 권한을 가지고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 감독은 지난 4월 주니어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한 뒤 바로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A 고등학교로 돌아갔다. 따라서 신 감독이 학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7월은 신 감독에게 주니어 대표 선발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학부모 김 씨에게 말한 7월 주니어 대표팀 발탁은 8월 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 교류 친선경기를 위한 것이었다. 이때는 감독이 신 감독이 아닌 이종훈 감독이었다.

또한 그 관계자는 “애초에 주니어 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과정에서 권한이 없다. 주니어 대표팀 선발과정을 김 씨 등 학부모들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신 감독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이스하키 주니어 대표팀은 전임감독이 따로 있지 않다. 따라서 대회가 있거나 경기가 있을 때 고등학교 감독들 중 한 명이 뽑혀 임시적으로 감독을 맡는다. 그래서 대표 선발은 중고교 아이스하키연맹이 주도해 진행한다. 연맹에서 선수들을 모아두고 테스트를 해 체력, 기술 등 점수를 매겨 공정하게 발표한다. 실제 7월 주니어 대표 선발에서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선수가 선발됐고, 신 감독이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4월에도 대표팀 선발은 연맹 주도로 진행됐지 신 감독에게는 발탁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화순클릭 570yo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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