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건강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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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건강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격연구 중

벌개 미취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은 총 30만종.우리나라에는 그중 4000여종이 살고 있다. 그러나 과학계에 따르면 인류가 성분과 효능을 알고있는 식물은 불과 2%수준이다. 그만큼 식물의 세계에는 무긍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능성에 주목해 최근 '토종식물'연구에 집중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험준한 우리 산곡山谷에서 나는 토종식물을 통해 암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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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은 주변에 있다"

지난 1일 찾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원도 강릉 분원. 이곳에서는 '대관령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토종 식용 작물에서 무병장수의 답을 얻으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노주원 KIST 천연물소재센터 책임연구원은 "브로콜리나 카레는 항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지만 다 외국산"이라며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토종 작물을 찾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토종 작물에서 항암 효과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타임(Time)지가 선정한 '암을 예방하는 10대 식품' 중 7가지는 과일과 채소류였다. KIST 연구진은 실제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에 항암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토종 산채(산나물)류. 노 연구원은 "산채류는 주변에서 구하기가 쉬운 데다 조상 대대로 우리 밥상에 올라왔던 먹을거리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산채 중 음식으로 사용된 적이 있는 200여가지의 산채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 산채들의 '간 해독 활성'과 '독성'을 모두 분석해 '암 예방지표'를 계산했다. 암 예방지표는 간 해독활성수치를 독성수치로 나눈 것이다. 독성수치가 낮고 간 해독활성이 높을수록 값이 커진다.

분석 결과 우리 고유 산채인 '이고들빼기'와 '벌개미취'가 특히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콜리의 암 예방 지표가 12.83인데 이고들빼기와 벌개미취가 각각 21.20과 14.81로 더욱 탁월한 효능을 보인 것이다. 이고들빼기는 강원도 지역에서 김치로 담가 먹는 작물이며, 벌개미취는 순(새로 돋아나는 연한 싹)을 나물로 무쳐 먹는 작물로 알려져 있다.

노 연구원은 "특히 이고들빼기의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며 "간 해독 활성은 브로콜리와 비슷하지만 독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참쑥·멸가치·담배풀 등 암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10여종 작물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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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 식물로 신약도 만든다

자생 식물(자연상태 그대로 자라는 식물)을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성분에서 나왔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역시 중국 식물인 스타아니스(팔각회향)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아제약이 쑥 추출물을 이용해 위염치료제 '스티렌'을 만들었고, SK케미칼이 위령선 등으로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를 만들었다.

동아제약은 최근 견우자(나팔꽃 씨)와 현호색(덩이줄기)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계열 지방산 물질로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음식을 먹었을 때 위가 잘 움직이지 않아 소화가 안 되는 질병이다. 연구진은 견우자와 현호색 추출물이 기존 의약품과 달리 다양한 기능성 소화불량 원인에 모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동화약품에서는 갈근(칡뿌리)과 상백피(뽕나무 뿌리의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신장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신장염은 당뇨병 환자들의 합병증으로 흔한 병이다. 현재 임상 2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정상훈 KIST 박사팀은 오죽(대나무의 한 종류)에서 항산화 성분인 루테오린 계열 화합물을 추출해 녹내장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오죽 추출물을 망막질환을 유도한 쥐에 투여한 결과 망막을 70% 정도 보호하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KIST 관계자는 "현재 망막을 보호하는 치료제는 시판된 것이 거의 없다"며 "녹내장의 경우 관련 시장만 52억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0/07/08 [10:19] 최종편집: ⓒ 메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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