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법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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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법 다시 보기

뽑지 마, 깎지 마, 잇몸 자르지 마

▲ 75세 이상 노인 평균 치아 개수 조사 결과 보철치료 중심인 한국이 11개, 예방치과 중심인 스웨덴이 17개로 나왔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칫솔질이다. 사진은 병원에서 ‘와타나베식 칫솔질’을 시술받는 모습.


흔히 치아건강을 이야기할 때 ‘8020’이라는 표현을 쓴다. 80세까지 20개 이상 건강한 치아를 지키자는 뜻이다. 20개 미만이 되면 치아 1개당의 교합압력이 크게 올라 씹었을 때의 힘이 크게 부담이 된다. 그대로 두면 이를 견디지 못해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7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치아 개수는 스웨덴이 17개이고 일본은 10개, 한국은 11개에 불과하다는데…. 그렇다면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뭘까.

“충치가 생긴 치아를 인공재료로 메우거나 씌우는 등의 보철치료 중심인 우리와 달리 충치, 잇몸병 자체를 예방하는 예방치과 중심”이라는 지적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자.

이가 썩거나 빠지면 인공물로 대체하는 것이 치과의 충전치료와 보철치료. 치아가 흔들릴 경우 이미 수천 년 전에도 금속선을 이용해 치아를 고정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제는 충전치료와 보철치료의 방법도 훨씬 발전했고 재질도 금, 도자기(세라믹), 레진 등 다양해졌다.

제3의 치아로 불리는 임플란트도 과거에 비해 보편화됐다. 보통 임플란트 하면 노화로 인해 치아를 상실한 노인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노인인구만큼이나 20대 청년부터 50대 중년층의 임플란트 인구도 많다고 한다. 보통 임플란트의 비용은 완전틀니 치료보다 10배 이상 비싼 편이다.

하지만 치의학계 일부에서는 “현재처럼 치아를 깎거나 뽑는 등 보철치료 중심이 아니라 스웨덴처럼 최대한 자연치아를 지킬 수 있는 예방치과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싼 임플란트 원래 치아보다 못해

잇몸질환으로 흔들거리는 이를 뽑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싼 임플란트를 비롯해 인공치아로는 원래의 치아보다 잘 씹을 수 없다는 사실!

씹는 힘은 단순히 영양 섭취뿐만 아니라 신체와 뇌기능 발달, 삶의 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 조상이 치아 건강을 오복의 하나라고 해서 중요하게 여긴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완전틀니를 한 사람에게 치매가 많다고 한다. 치아를 지탱하는 뼈와 치아 사이에 있는 치근막이란 조직 중에 ‘기계적 자극 수용기’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마다 반응해 자극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뽑으면 이 기계적 자극 수용기가 있는 신경이 턱뼈 속으로 들어가 버려 퇴화하고, 뇌에 전달하는 자극도 사라져 버린다.

동물실험에서도 쥐의 이빨을 뽑으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이를 깎아낸 쥐도 학습능력이 떨어졌다.

김진범 부산대치대 예방치과학 교수는 “깎인 이빨을 복구시키면 학습능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원래 상태까지는 회복되지 못했다”며 “틀니 역시 아무리 잘 하더라도 씹는 능력이 원래의 치아보다는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김진범 교수는 “이것도 기계적 자극 수용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이를 깎아내거나 뽑는 치료를 하기 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충치 깎아내다보면 결국…

이는 깎아내는 것은 또 어떨까.

“이를 깎아내면 충치가 진행되는 것 이상의 속도로 이가 사라져 간다. 또한 깎인 부분 주위에 충치가 새로 생겨난다”는 것이 김진범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치과에서는 또 이를 깎아낸다. 이것을 되풀이하는 사이에 이가 없어지고 나중에는 결국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아를 깎아내고 메우는 레진, 인레이 등 보철물은 저마다 평균 수명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처음으로 나는 큰어금니를 충치 때문에 레진으로 메우는 경우 평균적으로 5년 후에 금으로 인레이 시술을 한다. 인레이의 수명은 5~6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금속관으로 씌워서 8년 정도 사용한다. 이 금속관도 7~8년 쓰다보면 탈이 나서 치아가 빠지게 된다. 이 경우, 옆에 있는 건강한 치아를 깎아 기둥으로 이용하여 인공치아를 해 넣는 브릿지 시술을 받게 된다. 이어 브릿지를 두어 번 바꿔서 쓰다 브릿지를 지탱해주던 치아가 못 쓰게 되면 부분틀니를 해야 한다. 부분틀니의 수명은 7~8년으로 부분틀니의 앞에 있는 치아마저 흔들리면 완전틀니가 필요해진다. 이때쯤이면 대략 50세 즈음이다.

특히 젊었을 때 금속관을 씌운 치아는 건강한 치아에 비해 10년 사이에 이를 뽑게 될 확률이 8배나 높다고 한다. 금속관을 씌울 때 법랑질이라는 가장 단단하고 산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조직을 깎아내고 만들기 때문이다. 법랑질 아래는 상아질이라는 비교적 부드러운 조직이 있는데, 상아질이 삭게 되면 치아를 지키기 어렵다.

치과에서 이를 깎는 경우로는 치아와 치아 사이가 접촉하는 곳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쌍으로 맞물리는 곳의 충치. 하지만 14세 이하 어린이들은 절반 이상이 맞물리는 곳에 충치가 생기고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이를 깎아낸다. 15세 이후에는 치아와 치아가 접하는 곳의 충치가 가장 많다. 때문에 이를 깎아내지 않으려면 충치를 잘 예방해야 한다.

잇몸질환 등으로 치주외과수술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진범 교수는 “이때도 이를 뽑고 깎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아를 지탱해주는 잇몸을 잘라내면 치아의 기능이 떨어지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40여 년 전 치주외과수술을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에서 치아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지를 비교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치아가 오래 보존된 사람은 수술 여부와는 상관없이 칫솔질을 제대로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올바른 칫솔질이 치아 지킨다

평생 자신의 치아를 건강하게 지키려면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치과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이와 잇몸의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인지 알아보고 결정한다.

또한 평소 설탕 섭취량을 줄이고 불소가 들어있는 치약을 사용하면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 한 가지, 설탕 섭취량이 같더라도 식사 중에 먹는 것보다는 간식으로 먹는 설탕이 충치를 더 많이 만든다. 식사 중에는 설탕을 섭취해도 다른 식품에 의해 희석되지만 간식으로 먹으면 고농도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치아에서 음식을 씹는 면에는 주름이 져 있다. 설탕이 듬뿍 든 과자를 먹으면 이 주름 사이에 과자 찌꺼기가 끼이는데 이를 닦아도 잘 닦아지지 않는다. 충치를 예방하는 첩경은 치아홈메우기와 불소를 잘 이용하는 것이다. 치아홈메우기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물론 올바른 칫솔질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잇몸질환에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치과에서 환자들의 이를 닦아주기도 한다. 이 방법을 개발한 치과의사의 이름을 따서 ‘와타나베식 칫솔질’이라 부른다. 칫솔을 세워 솔 끝을 이와 이 사이에 끼워 닦아내는 방법으로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이를 닦아준다. 제대로 이를 닦는 것만으로도 잇몸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벼운 잇몸질환은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광주 조선대 치과병원처럼 이 방법으로 이를 닦아주는 곳이 있다. 현재 이 치과병원은 환자의 70% 정도가 이를 닦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김동기 조선대치대 교수는 “처음에 이 방법으로 이를 닦으면 출혈이 오히려 심해지지만 1~2주 이내에 잇몸출혈이 멎는다. 출혈이 멎으면 잇몸병을 만든 세균의 영양이 줄어들면서 잇몸이 붓는 현상이나 통증, 고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한 잇몸을 적당히 자극해 잇몸 세포가 활성화되고 증식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평소 이를 닦을 때 피가 나오는 등 잇몸질환의 증상이 있다면 권할 만한 방법이다.
이때 칫솔은 2줄로 되어 있고, 우리가 보통 쓰는 것보다는 칫솔모가 작고 짧은 것이 좋다. 치과에서 잇몸질환용으로 파는 것을 이용하면 간편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진범 부산대치대 예방치과학 교수, 참고자료=<치아 건강, 전신 건강을!>

이 시렵다면? 치약 선택법

법랑질 노출… 마모도 약한 제품을

이가 시린 것은 치약의 선택과 관련이 깊다. 이가 시린 것은 잇몸병이 있거나 치아의 가장 바깥쪽인 법랑질이 벗겨진 경우다. 치아는 겉으로 드러난 흰 부분(법랑질)과, 잇몸 아래에 숨겨진 부분(백악질), 안쪽의 상아질과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치수’ 등으로 구성된다. 마모도가 강한 치약을 사용해 칫솔질을 세게 하면 법랑질이 벗겨져 상아질이 노출되면서 시린 것이다. 잇몸병이 있는 경우에는 치아 주위 잇몸이 약해져서 뼈 속에 있어야 할 치아 뿌리가 밖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가 시리다.

때문에 치약은 온 가족이 하나를 같이 쓰는 것보다는 각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애연가라면 마모도가 높은 치약을 사용한다. 세균덩어리, 치석 등으로 치아 변색이 있는 사람도 마모도가 높고 항 치석 성분이 들어있는 치약을 선택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치약에 마모도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제품 설명을 꼼꼼히 살펴 치약의 성분에 탄산칼슘이나 실리카류가 들어 있다면 마모도가 강한 치약이다.
이가 시린 사람은 물론 마모도가 약한 것이 좋다. 치약 성분에 인산삼칼슘, 질산칼륨, 염화칼륨, 염화스트론튬 등이 함유된 치약을 고르면 된다. 이런 성분들이 노출된 상아질에 방어벽을 만들어 통증을 막아주고 이가 시린 증상을 예방·완화시킨다.




일요신문 제공 570yo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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