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화순향교 유도회장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임호환 전교를 대신해 전교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유도회장은 차기 전교의 자리니만큼 사실상 전교나 다름없다. 하여 전교로 칭하려 한다.
▲사대부집안의 종손...날 때부터 유림
조영수 전교는 경찰공무원출신이다. 1974년 경찰에 입문해 2005년까지 30여년을 민중의 지팡이로 살았다.
화순읍 다지리가 고향인 그는 은퇴 후 종친의 손에 이끌려 광주향교에서 활동하다가 화순유림들의 손에 이끌려 화순향교에 발을 디뎠다.
옛날 같으면 ‘무관’이라며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향교지만 홍문관 정자를 지낸 조상을 둔 사대부집안 창녕 조씨 15대 종손이니 향교와 무관치 않다.
조영수 전교는 “ ‘유림’이라는 옷을 입은 후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향교를 친근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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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되는 인성교육...향교가 중심돼야
조영수 전교는 갈수록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가정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향교가 인성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밝히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인 유교의 정신을 계승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향교가 인성교육의 중심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교에서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활용가능한 공간의 부족으로 꾸준하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찾아가는 교육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고, 향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는데 부족함을 느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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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활용 가능한 유림회관 건립 필요
조영수 전교는 향교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교육이 상시 이뤄지는 유림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유림 뿐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자리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역인재육성을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학문은 물론 예의범절과 삶의 지혜와 교훈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유림들의 종교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가. 유림회관 건립은 청소년은 물론 한국문화에 서툰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끝없는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향교가 중심이 되고 싶은 조영수 전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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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는 어르신의 공간? “젊은이 환영”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며 선조들의 지혜와 우리의 전통문화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향교 문화를 만들고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퇴직이나 은퇴 후 향교를 찾는 이들이 많으면서 향교가 ‘어르신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조선시대 향교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유림회관 건립을 통해 교육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것도 향교의 문턱을 낮춰 젊은이들을 비롯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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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재정...닫힌 향교·돌리는 발길
향교의 문을 항상 열어둘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움이다. 항상 문을 열기 위해서는 상주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재정여건상 상주하는 인력을 두기 어렵다.
문이 닫혀 있는 날이 많다보니 어렵게 향교를 찾은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허다하다. 특히나 화순향교는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있고 대성전과 정자인 만회루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찾는 이가 많다.
조영수 전교는 화순향교를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향교만이 가진 고즈넉한 정취와 조상들의 손길을 느끼며 ‘유교’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삶의 지혜와 교훈을 배우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과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