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와 8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두드러진 후에, 도시로 간 사람들에게 고향은 되돌아가야 하는 어머님의 품 처럼 포근하기 그지없는 안식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추석 명절의 의미는 고향에 갔다 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나고 자란 곳을 돌아보면서 나의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인 것 같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추석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연속 추석 명절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진정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전파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에는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로 격상돼 예전과 같은 추석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추석 귀성을 포기한 직장인은 57.7%에 이어 올해도 51.9%가 추석 귀성을 포기한단다.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절박감과 방역수칙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게다.
지구촌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 주변의 서민들 역시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삶 자체가 버겁고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공통분모는 부동산, 가계부채, 소상공인 매출급감, 사회양극화, 취업 등이 있다.
불행하게도 이번 추석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체불임금액이 무려 8천 3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찍고 있는 상황 속에 6일부터 지급되는 코로나19 국민지원금 효과를 고려하면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에 쓰일 제수용품 가격이 지난 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하니 서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부동산 관련 문제는 서민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부동산과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거라는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고민하는 것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위험이 커진 만큼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어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금융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서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매출 급감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영세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과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면, 지나친 양극화는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현상인 계층간의 갈등과 양극화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이기에 서민들로서는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선주자들도 추석은 대선정국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그만큼 추석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다.
필자는 대선정국 속에서 추석을 앞두고 ’천명미상(天命靡常)‘이라는 말을 소환하고자 한다. ’천명은 일정하지 않다. 덕있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자고로 “하늘은 절친한 사람이 없어 오직 덕 있는 사람을 도와주며, 민심은 일정함이 없어 오직 덕을 베푸는 사람을 그리워 한다”고 해석하면 쉽다. 즉 ’덕이 있는 자에게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이면서 천하를 잡는다‘는 경구(警句)와 통한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천명미상의 마음을 가진 대선후보라야 만이 추석 민심을 잡을 수 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대선주자마다 국가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제시한 비전이나 공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추석 민심을 잡을 담대한 대선공약이 그래서 무지무지하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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