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음을 ‘乙巳五賊’으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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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음을 ‘乙巳五賊’으로 소환한다.

역사 인식의 중요성 깨닫은 계기로 삼자

박상범 시민논객 / 행정학박사

최근 일제강점과 관련하여 대선주자들의 역사의식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역사인식이 진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맥락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역사란 공통기억이기에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역사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오늘날 우리가 역사, 문화, 민주주의를 더욱더 소중한 국민적 가치로 생각하면서 살게 된 것도 피로써 지켜냈던 국가와 이 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인 맥락이 가리키는 미래지향점은 통일된 선진 대한민국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를 잃었을 때 이 강토를 지켰던 것은 다름 아닌 의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강대국 사람에게는 ‘◯◯국 놈’이라 부르고, 약소국 사람에게는 친근한 ‘◯◯국 사람’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확실히 기가 센 민족임이 틀림없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무대에서 항상 역사의 중심이었던 고조선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항상 주변의 강대국과의 생존경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인지 한국인들의 삶 속에는 국가가 위태로울 때는 의롭게 일어나는 ‘전투민족’의 유전자가 살아있는 것 같다.

1905년 11월 17일 체결된 을사조약은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특명전권공사 하야시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일제가 강제로 체결했다고 해서 ‘을사늑약’이라고 부른다. 이 조약에 찬성한 5명의 조정 대신을 우리는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부른다. 이 조약에 따라 한국은 외교권을 일본에 박탈당했고, 1906년 2월에는 통감부가 설치되었으며, 초대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취임하였다.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비판했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황성신문』 논설이 발표된 것도 이 때의 일이다. 이 후에 다양한 형태의 민족저항이 일어났다. 일본에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의병이 일어났다. 구국계몽운동이나 항일구국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11월 17일은 바로 을사조약의 치욕을 잊지 말자며 임시정부에서 기념하였던 그 날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정하였다. 제82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를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서 거행하게 된 것도 그래서다.

과거 역사를 반성한 독일과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차이는 극명하다. 국격이 다른 것이다. 더욱이 일본은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왜곡된 역사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당시 취했던 ‘역사 바로세우기’가 이와 같은 일본의 처신에 대한 대응이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했던 것이다. 반성하지 않는 국가인 일본을 이웃에 두고 사는 우리로서는 ‘순국선열의 날’의 의미가 더욱 큰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쟁을 벌이다 전사, 옥사, 병사하신 분들이 15만여 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정작 이 날을 그저 달력에 표시된 53개의 기념일 중의 하나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2019년 일본이 자행했던 대한(對韓) 수출규제 당시 일본제품 불매운동 벌인 것 역시 국난을 겪을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는 한국인들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IMF 금융위기 때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금 모우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최단기간에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바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공통기억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역동적인 국가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창조문자인 소리글자 ‘한글’을 사용하는 국가이다, 한글이 있기에 과학기술의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내용을 문자로 바로 옮길 수 있었고, 그 문자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공통기억인 역사와 문화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K-팝(Pop), K-푸드(Food), K-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세계인은 일부 일본인들 말고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비록 역사의 기록에서는 한줄도 남기지 않았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영웅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에, 을사조약의 치욕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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